2014년 1월 16일 전북 고창에서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이하 AI)가 발생한지 한달이 됐습니다. 한달 동안 188곳 양계 농가에서 닭·오리 등 가금류 404만 2000만 마리 매몰 살처분했습니다. 농림부는 AI 확산 방지를 위해 3km 이내 예방 살처분을 시행하는데 그 방식이 참혹합니다. 살처분 대상 가금류를 한 곳으로 몰아 놓은 후 이산화탄소를 주입해요. 질식사한 가금류를 자루에 넣어 미리 파 놓은 장소에 매몰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처 죽지 않은 가금류가 자루 안에서 꿈틀대거나 탈출을 시도합니다. 


2010년 구제역 파동 당시 살아있는 돼지를 묻어서 논란이 컸었지요. 이번 AI도 발생 초반 산 채로 구덩이에 매몰했습니다.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동물복지[각주:1]에 위배됩니다. 하지만 동물복지를 논하려면 크게 몇가지 논점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공장식축산[각주:2]부터 육골분 사료[각주:3]와 미국식 대규모 치킨 사업[각주:4] 번창과 곤포 사일로[각주:5]는 현재 발생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는 AI의 맹아입니다. 사육 환경 개선과 악품 남용과 비정상적인 먹이 공급 등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가금류 희생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날 조류독감으로 통칭되는 공장식 양계장은 미국에서 탄생했습니다. 적은 사료만 먹고도 쑥쑥 살을 찌우는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은 속성재배를 염원하는 농장주와 제약회사간의 신약 실험 커넥션에 의한 산물이지요. 


미국출신 환경운동가이자 탐사저널리스트인 앤드류 니키포룩은《대혼란》(이희수 옮김. 알마. 2010년 5월)에서 아시아 양계산업의 번창은 미국 치킨산업의 아시아 진출에 있다고 지목합니다. 아시아는 과거 수천 년 동안 소농을 유지해 왔습니다. 소나 돼지를 마당 끝에 키웠고 집 주변엔 몇 마리의 닭을 풀었어요. 작은 규모로 만족했던 전통을 뒤엎고 아시아인들이 갑자기 육식 추종자가 된 이면에는 ‘세계 시장화’, 곧 ‘세계화의 빠른 물살’에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사진은 제 오두막에서 키우는 닭입니다. 작년 가을 마을에서 병아리 한 마리를 얻었는데 크면서 보니까 수탉이더군요. 아직 자라는 중인데 성깔이 보통 아닙니다. 근처에 가면 쪼아대려고 덤벼요. 그래도 오골계 수탉에게는 꼼짝을 못해요. 암탉 3마리를 거느린 오골계 수탉은 올해 4살입니다. 그만하면 원로입니다. 그래서 흰닭이 아무리 혈기왕성해도 늙은 오골계 수탉 근처에는 얼씬을 못해요. 처첩을 거느린 오골계 수탉 위엄이 워낙 지엄하거든요. 사진에서처럼 흰닭은 오골계 무리와 함께 어울리지 못해서 멀찌감치 떨어져 따로 놉니다. 제가 방목장 밖에서 카메라를 들이미니까 고개를 갸우뚱하고 쳐다 보는군요. 


들판은 아직 황량합니다. 요새는 가끔 찾아오던 중대백로 한 두 마리조차 안 보입니다. 곤포 사일로 때문에 들판은 볏짚 한 오라기 구경하기 힘듭니다. 굶주린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머리 나쁜 사람을 일컬어 ‘새대가리’, ‘닭대가리’라고 놀립니다. 여타의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이지만 인간이 조류에 대해서 안다고 하는 건 해부학적 지식과 생태습성 등 과학 지식영역입니다. 감정과 다양성이 지닌 의미는 전문 연구자들의 몫이라고 밀쳐 놓는거죠. 이 지점에서 동물은 종종 인간에게 열등한 종(種)으로 분류됩니다. 종의 우열기준을 인간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학자들은 동물 전문가가 아님에도 섬세한 관찰력으로 동물을 기록합니다. 프랑스 출신 정신분석학자 펠릭스 가타리는《기계적 무의식》(윤수종 옮긴. 푸른숲. 2003년 8월)에서 동물의 기호작용이 사람의 언어만큼이나 복잡하다.”고 말합니다. 동물의 기호작용은 배설물이나 분비물과 같은 표시로 흔적을 남기고 영토를 결정하며 성적과시, 반사신경, 즉흥행동, 무리짓기, 다양한 의례행위와 학습양식을 통해 행동방식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이런 행동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살아남기 위해서 무리와 섞이며 무리를 따르는 본능 때문입니다. 거친 자연환경에서 무리와 학습은 환경에 따라 집단 형태에 따라 다릅니다. 펠릭스 가타리는 이런 행동을 ‘공생적 접촉’으로 부릅니다. 즉 동물의 기호양식은 집단에 소속되어 살아남기 위한 행동양식이라는 뜻이죠. 따라서 인간의 기준으로 단정한 동물 생태 가운데 많은 부분은 오류일 가능성이 높죠. 새나 닭은 머리가 나쁘지 않아요. 인간만큼 복잡한 기호를 취하고 그 행동양식이 다를 뿐입니다.


《펠릭스 가타리의 생태철학》(신승철 지음. 그물코. 2011년 6월)에선 바로 이 점을 들어 동물복지를 지적합니다. 동물의 관계맺기는 인간의 유년기나 무의식적 광기에서 보는 것처럼 야성적인 욕망과 무의식의 지평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래서 인간과는 다르게 동물은 세계를 이성으로 바라보지 않는다고 해요. 


아이들이 오직 상호 기호작용에 의해 관계맺기에 주력하는 것처럼(어른은 계산적이고 의도적 행동이 강하지요) 동물은 후각, 무리짓기, 반복동작, 울음소리와 같은 기호를 통해서 상호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언어가 없는 동물을 야만으로 해석해 이성적 인간보다 하위의 대상으로 본다고 하는군요. 인간우월주의 시각인거지요.


사람이 동물보다 이성적이며 우월하다는 생각은 동물을 먹을거리, 입을거리, 볼거리로 이용해도 좋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도구적 이성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근대의 사유방식은 사람이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목적을 위하여 자연을 도구나 수단으로 삼는 방식의 사유를 뜻한다.



두 장의 사진은 같은 장소입니다. 제 오두막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야산입니다. 왼쪽 사진은 2013년 겨울 풍경이고 오른쪽 사진은 2014년 2월 풍경입니다. 소나무 숲이 없어지고 민둥산이 되었습니다. 웬만한 학교 운동장 두 개를 합친 면적입니다. 수령 수십 년 짜리 소나무들이 전기톱에 잘려서 트럭에 실려나갔습니다. 며칠동안 동네에 굉음이 울리고 흙먼지가 자욱했어요. 인삼밭을 만든다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저 산 뒤로 서해안고속도로가 있습니다. 안그래도 방음벽이 없어 차소리에 시끄러운데 숲이 사라지고 나니까 차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삼림 파괴는 아마존이나 중국, 아프리카에서 가장 극심하지만 토건개발과 농지확장에 들뜬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대도시 주변부나 면소재지 인근 시골 마을은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곳입니다. 수도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산보다 더 높은 아파트나 야산을 밀어낸 공업단지는 극명한 한 예입니다. 시골 역시 자연개조는 사업수단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오히려 토호세력과 결탁하거나 묵인이 용이하여 규제가 적으므로 사업수단으로서의 자연 파괴는 수도권보다 더 빈번합니다.


자연환경과 산업 관계가 식량에 끼치는 영향을 조명한《풍성한 먹거리 비정한 식탁》(에릭 밀스톤, 팀 랭 공저. 박준식 옮김. 낮은산. 2013년 1월)에 수록한 삼림 파괴로 인한 농지 수요 증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농지 수요 증가는 전 세계 열대우림 파괴에 기여한다. 이 같은 삼림 파괴로 직접 얻는 상품은 열대 목재이지만, 이렇게 벌채된 땅의 2/3은 목초지로 1/3은 경작지로 사용된다. 이 토지의 많은 부분은 전 세계 육류 및 유제품 소비 증가와 대두 제품 및 팜유 제품 증가에 대응하고자 하는 대기업들이 관리하고 있다. 아마존과 콩고의 삼림 감소에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는 각각 삼림의 1/4과 1/3이 사라졌다. 일반적으로 열대우림의 토양은 깊이가 얕고 영양분 함량이 낮아서 침식되기 쉬우며, 이 때문에 금방 농업에 부적합하게 되어 추가적인 삼림 파괴가 일어난다. ” 


삼림 파괴는 토양 변화를 초래합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태양에 민낯을 드러내면서 이끼류나 곤충, 토양균등이 소멸됩니다. 숲에 서식했던 새나 다람쥐와 고라니 같은 동물도 서식지를 떠나야 하지요. 생태 환경이 갑자기 완전히 뒤바뀝니다. 소멸되거나 떠난 자리엔 새로운 종이 들어와 터를 잡습니다. 급작스런 환경 변화는 토양의 질을 악화시킵니다. 인삼밭을 하기 위해 민둥산으로 만들고 곧 항생제를 위시한 약품이 흙에 살포될 것입니다. 5년에서 6년에 걸쳐 토양 환경이 완전히 개조되는 동안 저 숲에서 태어나 먹이를 찾고 짝을 이뤄 새끼를 키웠던 새들과 다람쥐와 고라니와 나비와 풍뎅이는 다 어디로 갈까요? 





목초밭에서 뒹구는 복순이를 보고 있자니 봄이 가깝습니다. 초록색 목초는 긴 겨울을 잘 견디고 파릇파릇 큽니다. 제 오두막 터전과 도시의 건물들이 자리잡은 곳처럼 저 목초지도 예전에는 오롯한 숲이었을테지요. 인간은 그물코처럼 연결된 생명 네트워크를 분절하고 인위적으로 짜맞춰서 살아갑니다. 육체적으로 나약한 인간은 동물과 달리 자연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살아갈 수 없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이런 이유로 문명을 만들었습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인간의 생존은 어떤 식으로든, 규모의 구분없이 자연을 훼손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인간의 한계이자 가혹한 운명입니다. 


고대 원시인처럼 자연은 인간에게 더 이상 투쟁 대상이 아니지만 자연 파괴는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자연을 착취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했던 시대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잉여 생산물을 채우기 위한 착취는 계속됩니다. 그럼에도 지구의 어느 한쪽에선 굶주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담한 모순’이지요.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배척과 수용이 섞인 어떤 한 지점에서 타협을 취하는 것만이 유일한 공존 방식입니다. 다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속되어 온 무분별하고 탐욕적이며 몰지각한 개조는 생태 네트워크 가치를 잊는 것은 아닌지요. 방대하고 복잡하지만 균형과 질서를 유지하는 시스템 말입니다. 



  1. 동물복지는 생명을 유지하고 생산 활동을 하고 있는 상태가 얼마나 양호 또는 불량한가를 나타내는 말로써 동물에게 주어진 현재의 환경조건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얼마나 편안한가를 의미. [본문으로]
  2. 선진국에서 시작한 생산성 증대를 목적으로 밀집 사육을 통해 대량생산화 됨. 닭은 A4 한장 정도의 면적에 돼지는 2미터 내외의 칸에서 사육. [본문으로]
  3. 출처를 알 수 없는 동물의 사체를 혼합하여 섞은 사료로 질병으로 죽은 동물사체를 섞기도 하여 제공받는 동물의 건강을 위협하고 다시 육식 소비자의 건강을 재위협할 수 있음. [본문으로]
  4. 대규모 공장식 밀집 사육과 제약회사와의 거래로 항생제 남용을 주도한 미국식 치킨사업의 아시아 진출은 전통적 방식으로 마당에서 키웠던 아시아 양계방식을 소멸시켰다 [본문으로]
  5. 가축 여물로 사용되는 볏짚을 추수 후 비닐에 포장해 놓는 곤포 사일로는 새들에게 벼이삭을 제공하지 못한다. [본문으로]

Posted by 윤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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