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1월 19일 오전 6시 10분 경기도 의왕시 서울 구치소를 나오고 있는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 사진출처 :연합신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시간 만에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구치소 정문을 향해 걷는 사진은 이미지야말로 현실의 이면임을 말하고 있다. 현실과 접근이 불가능할 것 같은 사진 속 이미지는 순간을 완벽하게 정지시켜 재현하는 사진의 본질이다. 새벽 여섯시 십분, 이재용 부회장은 교도관과 함께 구치소 정문을 보며 걸어 나왔다. 정문 앞에는 영장 기각 소식을 듣고 모인 취재진과 측근이 불을 밝히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 부회장은 정문 쪽에 모인 기자들을 의식했는지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이 사진에서 ‘의외의 발견’은 이 부회장의 걷는 자세와 손에 든 종이가방이다. 다리를 굽히지 않고 걷는 교도관에 비해 이 부회장 왼쪽 다리는 약간 굽었다. 오른쪽 다리도 필요 이상으로 뒤꿈치가 들렸다. 오른쪽 어깨는 지나치게 뒤로 제껴졌다. 몸의 균형이 맞지 않아 보인다. 몸에 힘은 빠졌고 관찰되고 있음을 의식하면 과잉 행동을 낳는다. 잘 보이려고 하지만 스텝이 꼬여서 잘 안 된다. 비슷한 이유로 심약한 심리를 감추기 위해 강한 척 연출하고, 가진 것 없지만 있어 보이려고 허세를 부리면 외려 억지스럽다. 말하자면, 강한 자는 강하다고 강조하지 않으며 있는 자는 있음이 일상이라 전시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이 부회장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장 긴 시간을 보낸 하루였을 것이다. 재벌3세로 태어나 일찌감치 관찰대상으로 살아 왔다. 의도, 연출, 이미지와 같은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가장 부유한 사람이며 부의 계승자로 관찰대상이었으므로 피곤한 일상이다. 게다가 할아버지와 아버지조차 경험하지 못한 구치소 경험을 했다. 법을 주무르고 법을 희롱하며 법에 주눅 들지 않던 ‘사필귀쩐’이 무너질지도 모를 불안감에 뜬눈으로 밤을 보냈을 것이다. 희붐한 새벽 여섯시에 이 부회장은 명품 코트를 입고 정장을 했지만 얼굴에 묻어난 피로함은 그대로 걸음걸이에 전달됐다.

 

그리고 어쩌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종이가방을 들었다. 이제까지 이렇게 무거운 물건을 들어본 적은 없을지도 모른다. 오소리 가죽이나 낙타 가죽, 또는 악어가죽으로 만든 지갑은 들었을지언정 가방을 들어본 적은 없었을 사람이 조금만 세게 잡으면 구겨지거나 찢기는 종이가방을 들었다. 무엇인가를 손에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이 부회장은 정문에 도착하자마자 측근에게 서둘러 종이가방을 건넸다. 서민이나 드는 하찮은 종이가방은 명품 코트 정장과 구색이 어울리지 않았다. 격이 맞지 않는 조합이었으므로 서울 구치소에서 들고 나온 종이가방은 이 부회장에게 치욕을 상징한다. 

 

430억 원 뇌물 청탁 혐의에 영장이 기각된 이 상징적인 장면은 이 부회장 일생에 잊고 싶지만 잊을 수 없는 기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은 정의, 평등한 법, 도덕 심리와 상관없이 ‘사필귀쩐’ 관행과 비상식이 기생하는 사회구조에 심난하다.





Posted by 윤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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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곰스크철도원 2017.01.20 14: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재용이 든 종이가방을 본 많은 사람들은 황제에게 격이 맞지 않는 모습이라 생각했을겁니다. 사필귀쩐이 딱 맞네요. 약자에게 가혹한 법을 두고 어찌 합리적 판결이라고 할수 잇단 말인지요. 살맛 안납니다. ㅠㅠ

  2. 영장 기각 보니까 2017.01.20 14: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400원 때문에 해고된 기사님 생각납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인거에요. 아주 삼성장학생 새끼들이 나라를 죽사발 만드네요.

  3. 단골 2017.01.24 12: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일자로 이재용 사진만 오려서 우라까이한 경향신문 기자가 쓴 기사보다 디테일하게 본 이 글이 훨 낫네요. 저 사진에서는 정말이지 종이 가방이 포인트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