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새 왕비는 권위를 내세워 이내 왕국을 지배했다. 고관대작은 앞 다퉈 무릎을 꿇고 왕비 손등에 입을 맞췄다. 왕비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젊고 예쁘고 착한 전 왕비 딸 백설 공주가 신경 쓰였지만 자기도 예쁜데다 권력까지 쥐고 있으니 거칠 게 없었다. 어느 날 왕비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껏 꾸미고 거울에게 물었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거울은 뜻밖의 대답을 한다. “왕비님도 아름다우시지만 백설 공주님이 더 아름답지요” 거울이 더위를 먹어서 헛소리를 하는 것 마냥 왕비는 짜증을 내며 다시 물었다. 그러나 거울은 똑같은 대답을 했다. 화가 난 왕비는 백설 공주를 궁에서 쫓아냈다.



“소프트웨어 코드 몇 줄만 보고 그 코드가 어떻게 작성되었는지, 누가 입력했는지 알아낼 수 없는 것처럼 단순히 두뇌를 살펴본다고 해서 유전자, 환경, 그리고 그 두 가지가 정확히 어떻게 조합되어 각각의 신경 연결 구조가 형성되었는지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회로 없이는 컴퓨터와 두뇌 모두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우리는 객관적이고 납득할만한 정신분석 이론이 없다. 그래서 나르시시즘을 말할 때 관찰 공통점을 꼽아 판단한다. 물론 이 방식은 판단 기준면에서 정확도가 떨어진다. 단순한 말과 행동만으로 전체를 단정한다는 건 인상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르시시스트를 판단하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꽤 오랫동안 행동을 지켜봐야 하며 정리 작업이 필요하지만 나르시시스트는 분명 튀는 사람임을 부정할 수 없다.


2006년《타임 Time》지 표지를 장식했던 마일라mylar[각주:1] 를 똑같이 표지에 쓴《옆집의 나르시시스트》제프리 클루거 지음. 구계원 옮김. 문학동네. 2016.3 에서 저자는 나르시시스트를 “징후”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좀 더 정확한 결론을 얻으려면 뇌 반응을 측정하여 특성을 골라낸다. 2007년 네덜란드 연구팀에서 극악한 사이코패스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감각통합, 의사결정 및 보상과 처벌 사이 관계를 관장하는 ‘안와 전두회로orbital frontal circuit’ 활성화 수준이 평범한 사람보다 현저히 낮았다고 한다.

 

안와 전두회로 활성화 수준이 낮다는 건 타인의 감정을 살피는데 둔감하며 뻔뻔한 행동을 문제로 여기지 못함을 뜻한다. 책에 따르면, 나르시시스트는 마음이론theory of mind[각주:2] 에 취약하거나 극단적일 경우 아예 없다고 한다. 입장과 상황과 견해가 다르므로 다른 사람도 내 생각과 같거나 똑같은 반응을 나타내지는 않는데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중심 세계관이 강해서 자기와 똑같이 남도 받아들인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 특징인 자기와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대화와 설득 대신 몰아세우고 다그치며 피해를 주는 모습이 상기된다.

 

〈집, 사무실, 침실, 우리 주변의 숨어 있는 괴물 이해하기〉라는 부제가 붙은《옆집의 나르시시스트》는 자료를 바탕으로 나르시시스트를 소개한다. 저자의 주관적 의견이 많지만 다양한 사례와 실험을 제시하며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나르시시스트는 정치인, 운동선수, 연예인, 범죄자, 회사원, 기자, 연인이나 배우자, 아이, 기업가 등 시대와 국가, 직업과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미루어보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는 조금씩 이 증상을 갖고 있지 않을까.

 

나는 특별해, 나를 바라봐, 나만 바라봐!

저자가 가리킨 나르시시스트 징후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 과장된 자존심, 허세, 사회적 사안이나 소통에 둔감, 공감 부족, 편집증을 꼽는다. 나아가 자신의 행동이 왜 잘못된 건지 이해 못하는 태도, 무책임, 자기기만까지 짚을 수 있다. 저자는 다양한 모습의 나르시시스트 특징 가운데 공통점은 “나를 좀 봐주세요!”라고 한다. 사람들의 이해와는 상관없는 돌발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며 의도적이고 계산된 행동을 순수와 정의로 포장하는 기만적인 태도까지 나르시시스트에게 있어 관심 받고 싶은 욕구는 가장 큰 공약수일 것이다. 그것도 가장 많이, 사실관계 상관없이 선의로 인식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여성비하, 인종차별, 노동자 무시 등 반사회적 정서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이유도 수단과 방법을 무시한 관심 갈구 증상이다. 관심집중이라면 많은 사람들과 악수하고 포옹하며 토론하기를 즐겼던 ‘퍼스트 젠틀맨First Gentleman’ 후보 빌 클린턴도 빠질 수 없다. 물론 친절하고 상냥한 표정, 부드러운 몸놀림과 뛰어난 화술 덕분에 클린턴은 늘 많은 사람(대개 여성)에게 둘러싸였다. 수 억 명 가운데 자신이 유일하게 대통령감이라고 자아도취에 빠졌던 린드 존슨만큼은 아니어도 빌 클린턴은 임기 내내 카메라 앞에 서서 브리핑하는 걸 좋아했다. 심지어 섹스 스캔들이 점화되었을 때조차 직접 카메라 앞에서 해명했다. 관심갈구는 동생이 태어나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첫째 아이부터 정치인까지 인간 본성에 깃든 유전자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증상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데까지 이르면 우리는 악이라고 부른다.

 

정치인의 ‘카메라 집착 증후군’은 한국 사회에서도 자주 본다. 자신이 무대 위에 올라가지 않으면 금방 지루해하는 사람들 말이다. 정부질의나 정기회의 때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을 떠올리면 나르시시스트에게 카메라가 얼마나 중요한 조건인지 알 수 있다. 상황을 주시하고 점검할 의욕이 없는 게 아니라면 한창 진지한 질문이 오가는 상황에서 잠을 자거나 딴청을 피울 수 없다. 단상에 오른 대상을 향해 고함을 치면 카메라는 고함을 친 사람을 비춘다. 방법이야 어떻든 간에 카메라빨 받는데 성공한 셈이다.

 

정치인만큼 연예인도 카메라를 떠날 수 없다. 연예인은 처음부터 카메라 앞에서 출발한다. 게다가 박수갈채까지 요구한다. 박수를 받지 못하면 금방 실의에 빠지거나 심지어 공황장애를 겪고 무너지는 사례를 매일 연예 뉴스에서 쉽게 본다. 저자는 레이디 가가Lady GaGa 가 부른 ‘어플로즈Applause[각주:3]가사처럼 나르시시스트는 박수를 위해 산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나르시시스트는 카메라 방향이 다른 곳으로 돌려지는 걸 못 견디는 사람이다. 자신이 제작하거나 주연을 맡은 영화에서 자기 얼굴을 카메라에 클로즈업되도록 요구하는 바브라 스트라인샌드처럼 말이다.


카메라 뷰파인더 집착이라면 SNS에서 가장 많이 본다. 전쟁, 테러, 시위, 차별, 범죄소식 뿐만 아니라 평화, 기부, 봉사, 구조, 나눔과 같은 훈훈한 소식이 같은 전파에 실려 도착한다. 필요한 정보를 얻고 공감을 나누지만 관심을 받지 않아도 그만인 일상 이야기 노출이 대부분이다. 오늘 먹은 음식, 새로 산 운동화, 볼륨감 있는 몸매, 심지어 등짝에 난 뾰루지까지 게시한다. 대개 수다나 떨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반응이 없으면 시무룩해져서 소외감을 느낀다. 이처럼 연출과 기획이 빤히 드러난 노출증은 자기과시, 자아도취, 허세를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하며 24시간 일상 중계는 사람들에게 관음증을 자극한다.

 

저자는 “잘 나온 자기사진, 피상적 친구 관계, 자아도취에 빠진 자기홍보, 자기중심적 사고”가 드러난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가리켜 “자기도취 성향을 그러모아 무서운 파괴력을 갖춘 나르시시즘으로 변모시킨다.”고 지적한다. 프로필에 섹시한 사진을 게재해 섹스팅sexting[각주:4] 을 하는 사람까지 SNS는 문자 노출증인 섹스트sext [각주:5]집결지로 이들은 한결같이 “나 좀 봐주세요!”를 외친다. 그리고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망한다.

 

아기처럼 구는 나르시시스트

백설 공주 새 엄마를 비친 거울은 나르키소스Narcissus 가 빠진 연못이다. 연못에 비친 자기 얼굴에 반해 물에 빠져 죽은 나르키소스처럼 왕비는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취해 몰락을 재촉했다. 신화와 동화를 해석하자면 나르시시즘은 미러mirror 에 빠지면 미로迷路빠진다. 이런 맥락에서 나르시시스트는 이미지를 사랑할 뿐 자신을 사랑한다고 보기 어렵다. 과도한 자기애가 자기를 죽이고 마니까 말이다. 그런데 나르시시즘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타고나는 이기적 유전자가 아닌 것 같다.

 

책에 따르면 인간은 태아 때부터 나르시시즘 특징을 갖춘다고 한다. 의학적으로 태아는 극단적 나르시시스트이다. 특히 모체와 아기를 연결하는 태반은 나르시시스트 의문 여지가 없다. 엄마와 아기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맡은 태반이 모체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T세포를 죽여 엄마의 면역체계를 밀어낸다는 것이다. 융모성 생식선 자극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면서 태반은 엄마 영양분을 빼앗아간다. 태아가 엄마의 몸을 숙주로 삼아 태반을 통해 피와 뼈와 살을 만들 때 엄마는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에 시달린다.

 

물론 태아에게 자기 몸을 내 준 엄마의 무기력함은 종종 ‘숭고한 모성애’로 미화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준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므로 태아의 몰지각은 나르시시스트의 몰지각을 연상시킨다. 진화생물학자 데이비드 헤이그는 엄마의 영양을 강탈하는 태반을 가리켜 “모체는 안중에도 없는 무자비한 기생기관”이라고 혹평한다. 그렇다고 엄마 배 밖으로 나온 아기가 개과천선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아기는 제왕처럼 군다. 최고권력은 눈빛으로 지시하는 것처럼 아기는 울음으로 부모에게 지시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자기욕구에만 충실한 아기를 가리켜 “1차적인 나르시시즘 단계”라고 해석했다. 저자가 소개한 1914년에 쓴 프로이트 논문「아기폐하His Majesty the Baby」에 따르면 아기의 극단적 자기중심 성향을 ‘자기성애auto-eroticism’로 정의한다. 프로이트가 구강기를 가리켜 이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프로이트 저술에서 자주 등장하는 ‘빤다’[각주:6]는 표현은 ‘자기성애’를 유추할 수 있다. 나아가 프로이트는 아기 때 자기성애가 청소년기에는 ‘자위’라는 직접 행동으로 발현되며 자신의 몸을 ‘사랑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한다.

 

프로이트가 말한 아기의 자기성애나 청소년기의 자위는 성인의 자기애성 인격 장애와 같이 나르시시스트 가장 큰 특징인 ‘자기애’를 분명히 보여준다. 만족을 얻기 위해 눈물과 콧물을 얼굴에 범벅으로 칠한 아기는(눈물과 콧물을 빨아 먹기도 한다) 청소년기에 들어 생식기를 스스로 주무르는 자위를 한다. 성인이 되어서는 키스를 하며 침을 나누고 섹스를 한다. 모두 점액질이 등장하는 바, ‘빤다’는 행위는 곧 사랑의 증표인 셈이다. 여기서 말하는 ‘빤다’는 결국 자기를 위한 행위이다. 아기가 부모의 관심을 받으려고 눈물과 콧물을 빠는 것처럼 섹스는 사랑 받고 있음을 확인하는 욕구 발현이다.

 

길러진 나르시시즘

그러나 전기다리미가 과열되면 집을 통째로 태운다. 지나친 자기애가 남에게 해를 끼치고 자기 파괴로 치닫는 모습을 백설 공주 새 엄마에게서만 보는 건 아니다. “아기에게는 ‘이원론’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한 헝가리 심리학자 샨도르 페렌치 연구가 아니더라도 자기만 알고 자란 아이가 자기를 넘은 다른 세계에 곁을 내주지 않을 확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지하철에서 옆자리를 넘나들며 장난을 치는 아이, 공공장소에서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거나 물건을 흩어놓는 아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 계속 이런 행동을 할 경우 심리학자들은 성격 장애로 진단한다. 구강기에 보였던 (자기를) ‘빠는’ 특징이 고착화된 것이다. 대개 인간은 성장하면서 부끄러움을 알고 존중을 배운다. 그것은 눈물과 콧물의 대가였다. 그러나 나르시시즘이 의도적 학습에 의해 더 강력한 슈트를 입게 된다면 나르시시즘은 더 이상 태생적이라거나 일시적 증상이 아니다.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그것은 이념이다.


책에 나온 것처럼 전쟁이 끝나고 경제후광을 업은 교육열풍은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미국은 2차 대전에서 군수산업으로 풍요의 시대가 왔고 한국은 개발경제 성공으로 풍요를 맞이했다. 씨족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매머드mammoth[각주:7] 에게 돌도끼를 휘두르고 함정을 파던 과거와 달리 각자도생과 개인의 도락이 도래한 것이다. 저자의 지적처럼 경제 여유가 생긴 미국에서 개인의 자신감 키우기 교육 열풍이 일어난 것도 자기 삶을 조명하는 개인주의 배경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자신감 키우기 교육 이면에는 성공지향이 뿌리를 내렸다고 주장한다. 성공은 남들과 다른 삶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물론 공동체 이익보다 개인의 풍요로운 삶을 추구한다고 해서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인간은 행복할 권리와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

 

문제는 자신감 키우기 자녀교육지침서에서 다루는 “너는 세상의 중심이야.”, “너는 특별한 존재야.”와 같은 말이다. 모두가 이 세상의 중심이고 모두가 특별하다면 모두가 아무것도 아니지만 대개 부모는 자기 아이를 남들과 다르게 구분하려고 든다. 저자는 이런 방식의 교육은 아이에게 특권의식을 심어준다고 가리킨다. 나르시시즘 패착인 “너는 남과 달라” 를 당의정으로 만들어 떠먹이는 행위다. 심리학 이론인 ‘가면모델Mask model[각주:8]’ 을 적용해서 보자면 사회 공동체를 배제한 자존감 높이기 교육을 받은 세대에서 나르시시즘 현상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자기 밖에 모르는 ‘소황제’가 자라면서 성적, 스펙, 재력, 명성, 권력의 가치를 공동체 공공이익보다 우선 중시하는 건 예정된 결과이다. 이들은 사회 법규가 자신에게는 적용될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 자신은 남과 다르기 때문이다. 부정부패로 얼룩졌지만 부끄러움을 모르고 책임을 지지 않는 ‘특권의식에 쩐’ 나르시시스트들을 매일 신문이나 방송에서 본다. 이들은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면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제공하고 인성을 중시하는 공동체 가치관을 흔들어 놓는다. 한마디로 비겁한 자기 합리화에 취해 살인을 저지른 사이코패스와 같이 사회악이다.


▲ Franz Caucig(1755~1828), Narcissus’. 슬로베니아 국립미술관 소장


리더십과 나르시시즘

나르시시스트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특별한 사람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돌출된 행동을 할 뿐이다. 책에 따르면 지구에 먹다 만 사과를 남기고 간 스티븐 잡스도 자기중심에 빠졌던 사람이다. 게다가 우월감에 젖어 툭하면 남을 무시했다. 면접채용에서 일부러 고약한 질문을 던지고 기안 작성자에게 멍청하다는 욕을 퍼부었다.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지적허세를 남발하고 예의가 없다. 그러나 잡스가 보인 자만심은 자신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잡스가 변덕이 심하고 무례했지만 뛰어난 영감과 카리스마는 리더가 갖춘 장점이라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한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 심리학 교수 제시카 트레이시 연구 발표처럼 부족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려고 외부 위협을 막거나 위협하는 우두머리일수록 호감을 높이 산다고 할 때, 우리는 영웅을 만들뿐만 아니라 간절히 바란다. 평화만 보장된다면 풍전등화와 같은 난국을 굳건히 지켜 줄 힘의 세계에 복종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이상인격psychopathy[각주:9]을 빌려와 설명하는 바, 사회 지배적 성격이 강한 사람을 지도자로 꼽는 문제는 반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두려움을 모르며, 불안을 느끼지 않는” 지도자가 국가에 이익을 가져오고 좋은 지도자로 평가 받았다는 점에서 생각할 여지가 많다. 이쯤하면 자만심과 자존심이 우주까지 닿는데다 두려움을 모르고 악과 싸우는 아이언맨lron Man[각주:10] 을 대통령으로 추대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무대와 카메라를 좋아하므로 적격자다. 물론 이상인격과 나르시시즘은 먼 친척 같다고 한 키스 캠벨의 말을 인용하지 않아도 자기에게 빠져 남에게 상처를 주고 자기 파멸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언맨은 환상이 만든 히어로이다.

 

영웅은 영웅일 뿐 지도자가 아니다. 권력을 통제권으로 사용한 지도자는 독재자이다. 영웅과 독재자는 자신감과 리더십으로 무장한 나르시시스트이지만 명성과 권력을 어떻게 사용했는가에 따라 나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무자비한 나르시시즘에 젖은 지도자를 선택한 추종자들이다. 저자의 주장처럼 지도자는 추종자들의 지지가 없다면 힘을 못 쓴다. 통치 명분이자 결과에 이용되는 추종자들에게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나르시시즘 지도자는 매우 매력적인 대상인 것이다. 히틀러나 폴 포트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런 대상을 선택해 많은 희생을 치렀다. 따라서 독선적 체제구축을 위해 사회 공동체를 와해하고 흔들어 놓도록 방조한 집단 나르시시즘은 지난한 근현대사 상처로 얼룩진 우리에게 뼈아픈 자화상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인간의 감정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이타적인 사랑이라는 개념 자체가 왜곡되었고, 존경이 과시로, 관용이 탐욕으로, 이타심이 욕구로 변질되었다. 우리는 점점 더 거울로 둘러싸인 세상에 살고 있으며 가장 눈에 띄는 광경은 바로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의 모습이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사람이 그 광경에 만족하고 있다.”

 

 


  1. 미국의 뒤퐁사에서 제조하는 전기 절연재료로, 셀룰로스 아세테이트 필름을 대신하여 1950년 후반부터 발매된 강화(强化) 폴리에스터 필름이다. -두산백과- [본문으로]
  2. 흔히 '공감이론'으로 불리기도 한다. [본문으로]
  3. "나는 박수, 박수, 오직 박수를 위해 살아요"라는 가사가 주 내용이다. [본문으로]
  4. 섹스+문자를 합성한 단어로 문자로 섹스를 한다는 뜻으로 음란채팅을 가리킨다. [본문으로]
  5. 인터넷에서 자기 노출사진을 게시하거나 일상사를 노출하는 행위. [본문으로]
  6. 인터넷에서 '나르시시즘' 이미지를 검색하면 거울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혀로 핥는 사진까지 나온다. [본문으로]
  7. 약 480만년 전부터 4천년 전까지 존재했던 포유류이며 긴 코와 4m길이의 어금니를 가졌다. 혹심한 추위에도 견딜수 있게 온몸이 털로 뒤덮혀 있었지만 마지막 빙하기 때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두산백과- [본문으로]
  8. 성장 환경이나 현상의 배경이 되는 조건을 가리킨다. [본문으로]
  9. 비정상적인 성격으로 말미암아 사회에 해를 입히거나 스스로 번민하는 인격. 자극과 반응 사이의 불균형, 개개 기능 사이의 협조 불량, 정신적 변이성 따위의 특성을 나타낸다. [비슷한 말] 이상 인격ㆍ정신병질 인격.-네이버 사전- [본문으로]
  10. 미국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영화. [본문으로]

Posted by 윤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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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8.19 1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윤미화 2016.08.20 14: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신작가님. 방송 출연 문의라면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책 관련 아니면 문의에 응답할 내용이 없습니다. 이와 다른 질문이시라면 이 공간에 앞댓글처럼 비밀글로 질문 남기시면 답변해드리겠습니다. 혜량해 주시기 바랍니다.